소설 잘 쓰는 법: 개요파 vs 즉흥파

안녕하세요. 아마존 출판 전문가 아침산책입니다. 오늘은 소설 쓰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주제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바로 ‘개요를 먼저 짤 것인가, 아니면 그냥 쓰면서 이야기를 발견해 나갈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건축가입니까, 정원사입니까?

소설가마다 집필 방식은 정말 다릅니다. 어떤 분들은 꼼꼼한 개요와 장면 설계를 마친 뒤에야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영미권에서는 이런 작가들을 개요파(Plotter)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인물과 상황만 머릿속에 넣은 채, 이야기가 자라나도록 내버려 두며 쓰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작가들은 ‘즉흥파(Pantser)’ 또는 ‘발견형 작가’라고 불립니다.

『왕좌의 게임』의 조지 R. R. 마틴은 이 차이를 아주 멋진 비유로 설명했습니다. 어떤 작가는 건축가처럼 청사진을 그린 뒤 집을 짓고, 어떤 작가는 정원사처럼 씨앗을 심고 가꾸며 정원이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본다는 것입니다. 마틴 자신은 정원사 쪽에 가깝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정답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성향, 작품의 성격, 그리고 상황에 맞는 조합을 찾는 것입니다.

개요파의 세계

먼저 개요를 철저히 짜고 쓰는 방식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제임스 패터슨은 “개요 작성이 비밀병기”라고 말할 정도로 이 방법을 강력히 권장하는 작가입니다. 스릴러 거장 제프리 디버는 더 극단적인데요, 무려 150~250쪽짜리 개요를 먼저 완성한 뒤, 본문은 두 달 안팎에 빠르게 써내고 이후 두 달간 수정한다고 합니다. 설계는 길게, 집필과 수정은 짧게 가져가는 전략입니다.

개요파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복선과 추리, 반전의 정밀도가 높아집니다. 단서를 언제 배치하고 언제 회수할지, 여러 이야기 흐름이 언제 만날지를 미리 계획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미스터리나 스릴러처럼 복잡한 구조가 필요한 장르에서 강점을 발휘합니다.

마감과 협업에도 유리합니다. 개요는 편집자나 공동 작업자와 소통할 때 기준이 되어 주기 때문입니다. 또 초보 작가일수록 사전 설계가 ‘다음엔 뭘 쓰지?’라는 불안을 줄여주고, 작업을 끝까지 완주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약점도 있습니다.

계획에 너무 충실하다 보면 장면이 ‘기능’만 수행하게 되고, 캐릭터의 자발성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또 개요 작성 자체가 시간이 많이 들어서, 계획만 하다가 지쳐서 정작 글쓰기는 늦게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개요파가 유리합니다

  • 정교한 퍼즐 설계가 핵심인 장르를 쓸 때(미스터리, 스릴러 등)
  • 마감이 빡빡하거나 시리즈를 운영할 때
  • 공동 집필이나 협업 체제일 때

즉흥파의 세계

이제 반대편을 볼까요?

스티븐 킹은 여러 인터뷰에서 “나는 개요를 짜지 않는다. 줄거리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 내겐 더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나를 찾아줘』의 질리언 플린도 초기에는 “인물과 주제를 먼저 쓰고, 나중에 구조를 잡는다”고 밝혔습니다.

즉흥파의 장점도 뚜렷합니다.

캐릭터 주도성과 예상 밖의 전개가 살아납니다. 작가도 예측하지 못한 순간들이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생생해지는 것입니다. 또 설계에 갇히지 않고 바로 쓰기 시작하니까 동력을 얻기가 쉽습니다. 특히 초고를 시작할 때 그 에너지가 중요하거든요.

물론 약점도 있습니다.

구조는 대부분 나중에 정리해야 해서, 초고 후반이나 수정 단계의 작업량이 커질 수 있습니다. 중반부에 방향을 잃고 헤매는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2막’ 같은 위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즉흥파가 유리합니다

  • 캐릭터 심리나 관계 변주가 중심인 작품을 쓸 때
  • 주제나 문체가 핵심 자산인 작품일 때
  • 아이디어의 열기가 뜨거워서 ‘지금 이 에너지로 써야 할’ 때

다수 작가들의 선택: 혼합형

사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양 극단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SF/판타지 작가 브랜든 샌더슨은 강의에서 여러 구조 틀을 도구 상자처럼 다루되, 어느 하나에 의존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미국의 출판 전문지 Reactor는 “개요파와 즉흥파의 대립은 과장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실제로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언제 하느냐'(사전 vs. 사후)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혼합형 운용법을 소개합니다 .(30-30-40 모델)

  • 30% 사전 설계: 핵심 전환점만 고정하고, 가벼운 장면 계획 작성
  • 30% 자유 발견: 초고 초·중반을 깊은 시점과 장면 실험으로 밀어붙이기
  • 40% 사후 구조화: 초고 후반과 수정 단계에서 단서 회수, 시간 흐름 정렬, 불필요한 장면 삭제

내게 맞는 방식 찾기

그렇다면 어떻게 선택하면 될까요? 이 체크리스트를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장르 요구사항을 보십시오. 퍼즐이나 서스펜스, 미스터리는 개요파 쪽으로, 인물이나 정서 중심은 즉흥파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마감과 분량을 고려하십시오. 일정이 촉박하거나 장편 데뷔작이라면 사전 설계 비중을 높이는 것이 안전합니다.

본인의 동력 패턴을 파악하십시오. 쓰기 시작해야 탄력이 붙는다면 즉흥파 방식에 안전장치를 더하고, 계획이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면 가벼운 개요부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시즌별 전략도 가능합니다. 한 작품 안에서도 전반은 발견, 후반은 설계로 바꿀 수 있습니다. 킹이나 플린처럼 초기에는 발견을 허용하되, 마감 국면에서 구조를 단단히 묶는 방식입니다.

바로 써먹는 실전 루틴

개요파를 위한 7단계

  1. 핵심 아이디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2. 한 줄 요약 쓰기(누가, 무엇을, 왜 지금, 무엇이 막는가)
  3. 장르의 약속과 금기 체크하기
  4. 핵심 전환점 5개 잡기(시작 – 1차 전환 – 중간 – 2차 전환 – 결말)
  5. 장면 카드 만들기(목표, 갈등, 결정, 결과, 다음 장면 연결고리를 20~40장)
  6. 복선-회수표 작성하기(스프레드시트 2열)
  7. 연습 초고 쓰기(장면당 3~5문장 요약 후 본격 집필)

즉흥파를 위한 7단계(안전장치 포함)

  1. 핵심 상황(만약 ~라면?)을 한 문장으로
  2. 주인공의 욕망과 결핍을 각각 한 문장씩
  3. 문체 테스트(500자 자유작성)
  4. 중간 지점 3개 잡기(감정이나 이미지 중심으로)
  5. 하루 800~1200자씩 연속 10일 쓰기 – 매일 내일의 한 줄 남기기
  6. 중간 점검(총 1만~2만 자 시점에서 장면 목록 만들어 길 잃은 부분 찾기)
  7. 초고 완성 후 구조 수정(장면 계획표로 역추적)

특정한 방법이 아니라 ‘나만의 조합’이 해답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작품의 성격, 마감 일정, 본인의 동력 패턴에 맞춰 유연하게 섞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소설가들 사이에서는 “양 극단의 차이보다는 단계의 순서가 다를 뿐”이라는 관점이 점점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오늘은 가벼운 개요와 자유로운 발견, 그리고 나중의 구조화를 섞은 혼합형으로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분명 ‘내 글’이 살아나는 지점을 발견하실 것입니다.

글쓰기에 정답은 없지만, 당신에게 맞는 답은 분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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