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판타지는 날아오르고, 사소설은 가라앉는다
“그래서, 어떤 소설이 제일 잘 팔립니까?”
아마존 출판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데이터가 거짓말을 안 하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맨스와 판타지는 하늘을 날고 있고, 자전적 소설(사소설)은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이 격차는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가장 뜨거운 곳은 ‘로맨타지(Romantasy)’입니다.
로맨스와 판타지를 섞은 장르죠. 마법 쓰는 세계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이게 왜 잘 팔릴까요?
독자들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마시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 장르 독자들은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 같은 구독 서비스를 씁니다. 하루에 소설 한 권을 뚝딱 해치웁니다. 다음 권 내놓으라고 작가를 닦달하죠. 캐릭터 확실하고, 적당한 긴장감 있고, 해피엔딩이 보장되면 무조건 지갑을 엽니다.
스릴러나 미스터리도 탄탄합니다. 페이지 넘기는 맛이 분명하니까요.
반면, 한국 작가님들이 유독 사랑하는 장르가 있습니다.
바로 ‘사소설’입니다.
나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 이해받지 못한 내면의 고뇌, 가족과의 갈등… 한국 문단에서는 이런 진지하고 내밀한 이야기가 환영받죠. 문장도 아름답고요.
하지만 아마존에서는? 냉정하게 말해서 ‘재고 없음’보다 무서운 ‘관심 없음’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독자는 작가 ‘당신’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유명 인사가 쓴 회고록이라면 모를까, 지구 반대편 무명 작가의 일기장을 돈 주고 사볼 독자는 없습니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 속으로 도망치고 싶어 합니다.
사소설은 표지부터 클릭을 안 합니다.
제목이 너무 추상적이고, 무슨 내용인지 감도 안 오거든요. “바람이 머무는 곳” 같은 제목보다는, 차라리 “억만장자 늑대인간의 비밀”이 백 번 낫습니다. 유치해 보여도 클릭은 받으니까요.
물론, 문학적 가치를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판매량’이라는 잣대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겁니다.
아마존에서 책을 팔고 싶다면 노선을 확실히 정해야 합니다.
나의 예술적 신념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할 것인가,
아니면 철저하게 시장이 원하는 장르물을 쓸 것인가.
전자를 택했다면 판매량은 잊으세요. 예술이 꼭 돈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후자를 택했다면, 당장 내 이야기를 멈추고 독자가 원하는 상상력을 펼쳐야 합니다.
아마존은 도서관보다는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가깝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