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번역가들을 불안하게 하는 AI의 진출
번역 업계에서 “AI가 나를 대체할까?”라는 질문이 점점 더 많이 들립니다. 실제로 번역·언어서비스 산업에서는 대형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기술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예컨대 시장 조사기관 Nimdzi Insights는 “챗GPT가 언어서비스업(LSP = Language Service Providers)의 중심에 들어왔다”고 보고했습니다. 실제 번역업계 현장에서도 “더 빠르고 저비용인 번역 서비스”라는 AI의 장점이 번역가들 사이에 불안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의 밑바탕에는 몇 가지 오해가 존재합니다. AI 번역 도구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인간 번역가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는 다수의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2. 챗GPT가 번역가에게 의미하는 것
2-1. 챗GPT가 제공할 수 있는 기회
챗GPT는 단순히 텍스트를 다른 언어로 치환해 주는 기계가 아닙니다. 맥락을 이해하고, 질문에 응답하며, 스타일이나 톤을 바꾸는 등 복합적인 언어작업도 지원합니다. 번역가로서 이 기술이 의미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효율성 및 속도 향상: 예컨대 번역 전 원문 분석이나 용어 조사, 배경 리서치 등에 챗GPT를 도구로 활용하면 시간이 단축될 수 있습니다.
- 초안 생성 및 리서치 보조: 번역 전 단계에서 챗GPT에게 “이 문서의 주제는 무엇인가?”, “이 용어집을 정리해줘” 등의 요청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번역가가 보다 전략적인 활동에 집중할 여력이 생깁니다.
- 새로운 역할의 가능성: 번역가가 단순히 원문을 타깃 언어로 옮기는 사람에서 벗어나, AI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전문가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AI 초벌 → 인간 교정 → 현지화”라는 워크플로우 설계가 가능해집니다.
2-2. 여전히 번역가가 중요한 이유
반면, 챗GPT가 번역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여러 연구도 존재합니다.
- 문학 텍스트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인간 번역가의 정확성(accuracy) 평균이 94.5%였던 반면 챗GPT는 77.9%에 머물렀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 기술·법률·의료 분야 등 복잡한 내용에서는 AI 번역이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 문화적 뉘앙스, 감정 수용, 브랜드 톤 등 ‘인간의 판단’이 개입되어야 할 영역은 여전히 존재하며, AI만으로는 완벽히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챗GPT의 능력은 번역가가 불안감을 느낄만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인간 번역가의 전문성은 여전히 필수적이라는 사실도 분명합니다.
3. 번역가가 챗GPT를 파트너로 활용하는 세 가지 전략
번역가가 어떻게 챗GPT를 “경쟁 상대”가 아니라 “협업하는 파트너”로 만들 수 있을까요? 세 가지 전략을 소개합니다.
3-1. 사전 준비(Pre-production)에 활용
원문을 번역하기 전에 문맥 분석, 용어집 작성, 스타일·톤 분석 등의 준비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단계에서 챗GPT를 활용해 다음과 같이 요청해보십시오.
- “이 문서의 주제가 무엇인가?”
- “이 텍스트에 사용된 전문 용어를 정리해줘.”
- “이 브랜드의 톤은 어떤가?”
이렇게 하면 본 번역에 들어가기 전에 번역가가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효율이 올라갑니다.
3-2. 초벌 번역 또는 초안 생성 도구로 활용
실제 번역을 시작할 때, 챗GPT에게 초벌 번역 요청을 하고 그 뒤에 번역가가 검토와 교정을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작업 시간을 단축하고 반복적인 단순 작업을 AI에게 맡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때 중요한 것은 “초벌 번역이 끝이 아니고 인간의 검토가 시작이다”라는 인식입니다.
3-3. 후편집(Post-editing) 및 스타일·톤 다듬기로 활용
초벌 번역이 생성된 이후에는 번역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이때 챗GPT를 다음과 같이 활용해보세요:
- “이 번역문을 브랜드 톤에 맞게 다듬어줘.”
- “이 용어들이 일관성 있게 사용되었는지 확인해줘.”
- “이 문장의 어투를 보다 ‘공식적인’ 스타일로 바꿔줘.”
이 과정을 통해 번역 품질은 올라가고, 번역가도 보다 전략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4. 번역가로서 새로운 가치 제안 만들기
번역가가 단순히 살아남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높은 단계의 전문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4-1. 전문화된 언어·산업 지식
일반 문서를 다루는 번역가에 비해, 법률, 의료, 기술, 특허 등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번역가는 AI가 처리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갖습니다. 예컨대 특허번역 분야에서는 AI가 정확성을 담보하기엔 아직 제약이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4-2. 문화·감성·브랜딩 감지 능력
번역이 단순히 언어변환이 아니라 ‘문화의 다리’가 되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톤, 감정, 문화적 배경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번역은 형태만 있고 내용이 빈 껍데기가 됩니다. 이런 부분은 아직 인간 번역가의 영역입니다.
4-3. AI와의 협업 역량
단순히 번역을 잘 하는 것만이 아니라, AI를 ‘도구’로 설계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현대 번역가에게는 필수입니다. 예컨대 “챗GPT에게 초벌 생성 → 내가 검토 및 현지화 → 고객에게 부가서비스 제공”이라는 워크플로우를 갖춘 번역가는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습니다.
4-4. 부가서비스 제공
번역 이후의 서비스 확장도 중요합니다. 용어집 제작, 현지화(Localization) 컨설팅, 콘텐츠 전략 제언, 다국어 SEO 번역 등 번역가가 줄 수 있는 부가가치를 스스로 설계하면 AI 시대에도 자신만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습니다.
5. 결론: AI 시대의 번역가로서 자리매김하기
챗GPT는 번역가의 적이 아니라, 제대로 활용하면 강력한 도구이자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AI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번역가는 더 높은 가치, 더 전략적인 역할, 더 창의적인 영역으로 나아갈 기회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두려움보다 호기심과 준비입니다. “내가 AI와 어떻게 함께 일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이미 미래를 향한 첫걸음입니다.
- AI가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면, 번역가는 정확성·문화성·감성이라는 인간의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 AI가 초벌 번역을 하면, 번역가는 그 위에 감성과 전문성을 덧입힙니다.
- AI를 보조로 삼고, 번역가가 중심에 설 때 능력과 위상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AI가 여러분의 번역 여정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참고자료
- How will ChatGPT impact the translation industry? – RWS Blog.
- Is ChatGPT any good for translation? – BureauWorks Blog.
- ChatGPT translation vs. human translation: an examination of a literary text. – ResearchGate.
- AI and ChatGPT: How to Thrive in a Changing Language Sector Job Market – Tomedes Translator Hub.
- What is the impact of ChatGPT on language services industry? – Nimdzi.
- The Impact of ChatGPT and AI on the Translation Sector in 2024 and Beyond – East Sector Analy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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