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쓰기 실력이 늘지 않는 진짜 이유
1-1. '많이 쓰면 는다'는 말의 함정
글을 꾸준히 써왔는데 실력이 제자리인 것 같다는 느낌, 여러분도 한 번쯤 가져본 적 있을 겁니다. 문제는 쓰는 양이 아니라 쓰는 방식에 있습니다. 잘못된 습관을 반복하면 그 습관만 단단해질 뿐, 글의 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프로 작가들의 글쓰기 훈련을 연구한 자료들을 보면, 단순 반복보다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 목적과 피드백이 있는 훈련)이 실력 향상에 결정적이라는 점이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의도적 연습이란 자신이 약한 부분을 골라 그것만 집중적으로 다듬는 과정입니다. 문장이 길어지는 버릇이 있다면 짧은 문장만 골라 다시 쓰는 훈련을, 주제 이탈이 잦다면 한 단락에 하나의 핵심만 담는 연습을 반복해 보세요. 무작정 분량을 채우는 것보다 이런 방식이 훨씬 빠른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1-2. 독자를 상정하지 않은 글의 문제
글쓰기가 잘 안 된다고 느끼는 사람 중 상당수는 독자를 구체적으로 상정하지 않은 채 씁니다. '누구에게나 읽힐 글'을 쓰려다 보면 결국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글이 됩니다. 독자를 한 명으로 좁혀 그 사람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어느 맥락에서 이 글을 읽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세요.
실제로 독자를 바꾸면 같은 정보도 완전히 다른 글이 됩니다. 의학 정보를 의사에게 쓰는 글과 처음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쓰는 글은 용어 선택부터 문장 길이, 예시의 종류까지 전부 달라집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무엇을 모르고 있고, 읽고 나서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가"를 메모지 한 줄로 써두는 습관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2. 좋은 글의 구조를 만드는 방법
2-1. 쓰기 전에 뼈대를 먼저 세워야 하는 이유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본문을 쓰기 전에 전체 구조를 먼저 잡습니다. 서론에서 무엇을 제기하고, 본론의 각 단락에서 어떤 논점을 다루며, 마지막에 독자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를 개요(outline) 형태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저널리즘에서는 이를 '역삼각형 구조'라고 부르는데, 가장 중요한 정보를 앞에 두고 세부 내용으로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뼈대 없이 쓰기 시작하면 중반부에서 방향을 잃거나, 말하고 싶은 것이 뒤죽박죽 섞이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개요를 짤 때는 각 단락의 핵심 문장(topic sentence, 단락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 것)만 먼저 써두는 방법을 시도해 보세요. 핵심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전체 글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2-2. 단락을 설계하는 세 가지 원칙
좋은 단락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의 핵심 주장,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 또는 예시, 그리고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는 연결입니다. 이 세 요소 중 하나라도 빠지면 단락이 허술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근거 없이 주장만 나열하는 글은 독자가 쉽게 신뢰를 잃습니다.
단락 길이도 중요합니다. 화면으로 읽히는 글이라면 3~5문장이 적절한 단락 길이입니다. 10줄이 넘는 단락은 독자의 시선이 중간에서 끊기기 쉽습니다. 반대로 한두 문장짜리 단락이 연속되면 글이 단편적으로 느껴집니다. 단락 길이의 변화 자체가 리듬을 만들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짧고 긴 단락을 번갈아 배치해 보세요.
- 각 단락의 첫 문장은 그 단락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을 것
- 예시는 추상적인 주장 바로 뒤에 붙일 것. 예시가 너무 늦게 나오면 독자가 먼저 지쳐버립니다
- 단락을 마칠 때 같은 말을 다른 단어로 반복하지 말 것. 요약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편이 낫습니다
3. 문장을 실제로 다듬는 법
3-1. 문장이 길어지는 이유와 해결책
긴 문장은 대부분 두 가지 원인에서 나옵니다. 하나의 문장에 두 가지 이상의 생각을 넣으려는 욕심, 그리고 불필요한 수식어의 과잉입니다. 글이 어렵고 피곤하게 느껴지는 원인의 상당 부분은 어려운 단어가 아니라 지나치게 긴 문장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글쓰기 연구에서도 가독성(readability)의 핵심 변수 중 하나로 문장 길이가 꼽힙니다.
문장을 짧게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은 접속사 '그리고', '그래서', '하지만'이 등장하는 지점에서 문장을 끊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어색하면 두 문장의 순서를 바꾸거나 한 문장을 삭제해 보세요. 삭제해도 의미가 전달된다면, 그 문장은 처음부터 필요 없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2. 퇴고(이미 쓴 글을 고치고 다듬는 과정)를 제대로 하는 방법
퇴고는 오탈자를 잡는 과정이 아닙니다. 글의 논리와 흐름을 재검토하는 작업입니다. 많은 사람이 글을 쓰고 바로 퇴고에 들어가는데, 쓴 직후에는 자신의 글에서 문제를 찾기 어렵습니다. 최소 몇 시간, 가능하면 하루 이상 두었다가 다시 읽어 보세요. 낯선 시선으로 읽히는 효과가 생깁니다.
퇴고 단계를 분리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처음에는 구조와 흐름만 봅니다. 단락의 순서가 맞는지, 논점이 빠진 곳은 없는지 확인합니다. 그다음에는 문장 단위로 내려와 불필요한 단어를 지웁니다. 마지막에 맞춤법과 어법을 점검합니다. 이 순서를 지키면 전체를 뜯어고치는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 글을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읽다가 숨이 막히는 지점이 문장이 너무 긴 곳입니다
- '매우', '정말', '너무', '굉장히' 같은 강조 부사를 전부 지워 보세요.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원래 없어도 되는 단어입니다
- 수동태 문장을 능동태로 바꾸면 글이 훨씬 명확해집니다. '결정이 내려졌다'보다 '팀이 결정했다'가 읽기 쉽습니다
4. 꾸준히 쓰는 사람들의 실제 습관
4-1. 매일 쓰지 않아도 되지만, 주기는 있어야 합니다
글쓰기를 오래 유지하는 사람들을 보면 매일 쓰는 경우보다 일정한 주기를 지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매일 쓰겠다는 목표가 작동하려면 글쓰기가 이미 부담이 아닌 상태여야 합니다. 처음부터 매일 쓰기를 강제하면 며칠 못 지켜 중단했을 때 오히려 회의감이 생깁니다. 주 3회처럼 지킬 수 있는 주기를 먼저 정하고, 그 주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해 보세요.
쓰는 시간도 중요합니다. 두뇌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간대가 사람마다 다르지만, 외부 방해가 적은 시간에 글쓰기를 배치하는 것이 공통적으로 효과적입니다. 알림을 끄고 20분만 집중해도 하루치 분량을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글쓰기 환경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습관을 지속시키는 요소입니다.
4-2.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방식이 달라야 합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읽는 방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단순히 내용을 흡수하는 독서가 아니라, 구조를 분해하며 읽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잘 쓴 글을 읽을 때 "이 단락은 왜 이 위치에 있을까", "이 문장을 이렇게 쓴 이유는 무엇일까"를 질문하며 읽어 보세요. 이런 독서를 분석적 독서(analytical reading)라고 부르는데, 글쓰기 감각을 기르는 데 단순 다독보다 훨씬 효율적입니다.
특히 자신이 쓰려는 장르나 형식과 같은 글을 집중적으로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에세이를 쓰고 싶다면 에세이를 읽어야 하고, 보고서를 잘 쓰고 싶다면 잘 쓰인 보고서를 구조적으로 뜯어봐야 합니다. 좋은 글을 그대로 손으로 옮겨 쓰는 필사(筆寫) 훈련도 문장의 리듬과 구조를 몸으로 익히는 데 오랫동안 검증된 방법입니다.
5. 글쓰기 실력이 실제로 드러나는 순간
글쓰기 실력은 멋진 표현을 구사할 때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복잡한 내용을 군더더기 없이 명확하게 전달했을 때, 읽는 사람이 다음 문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했을 때, 그리고 글을 다 읽고 나서 독자가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됐을 때 비로소 드러납니다. 이 기준으로 자신의 글을 다시 읽어 보면, 어디를 고쳐야 할지가 훨씬 선명하게 보입니다.
글쓰기는 결국 독자와의 대화입니다. 내가 아무리 공들여 썼어도 독자에게 닿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짧고 단순한 글이라도 독자에게 정확히 전달되면 그것이 좋은 글입니다. 여러분이 쓰는 글의 첫 번째 독자는 여러분 자신인 만큼, 퇴고할 때 한 번쯤 이 질문을 해보세요. "이 글을 쓴 사람을 모른다고 가정하고 읽는다면, 나는 이 글을 끝까지 읽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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