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아마존 출판 사례 – One Meal, One Memory

이 책은 영문 원고를 받아 내지와 표지를 만들고 아마존 KDP에 등록한 프로젝트입니다. 번역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작업의 첫 단계는 디자인이 아니라 읽기였습니다. 서문부터 열여덟 개의 장을 읽고 나서야 표지와 내지의 방향이 보였습니다. 회고록은 저자의 삶이 재료입니다. 디자인이 그 삶보다 앞에 서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원고는 장마다 음식 하나와 기억 하나가 짝을 이룹니다. 장어를 튀기던 저녁에 보안원이 들이닥쳐 평양에서 추방되는 첫 장, 곰팡이 핀 벽돌 과자, 앓아누운 딸을 살린 수수 떡, 열한 살에 산에서 캐던 고사리, 할머니의 초계탕. 음식이 기억을 여는 문이고, 그 문 너머에 기근과 강제노동과 차별이 있습니다. 서문에서 저자는 한국에 와서 흰밥과 생선, 고기 반찬을 앞에 두고도 두고 온 사람들 생각에 넘기지 못했다고 씁니다. 이 책에서 흰밥은 먹는 것이 아니라 먹지 못한 것의 상징입니다. 이 문장이 표지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표지는 철조망과 흰밥 한 그릇을 일러스트로 채택했습니다. 닿을 수 없는 밥, 그 앞을 가로막는 철조망. 억압된 사회와 빈곤을 이 두 가지로 표현했습니다. 저자의 이야기가 무겁기 때문에 표지는 가능한 한 담담한 톤으로 만들었습니다.

내지는 음식에 대한 기억과 이야기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원고에 있는 음식 사진을 최대한 눈에 잘 띄도록 레이아웃을 설계했습니다. 각 장 첫머리에 음식 사진을 크게 놓고, 저자가 쓴 조리 설명을 캡션으로 붙였습니다. 사진이 장을 여는 문이 되고, 캡션은 본문과 분리해 읽는 흐름을 끊지 않게 했습니다. 사진을 작게 끼워 넣는 방식도 가능했지만, 그러면 이 책의 구조가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한 끼, 한 기억. 제목이 곧 레이아웃의 원칙이었습니다.

표지는 담담하게, 내지는 음식을 앞세워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갔지만 근거는 하나였습니다. 원고를 먼저 읽고, 원고가 말하는 방향으로 판단했습니다. 아침산책은 그렇게 책을 만듭니다. 회고록의 해외출판을 생각하고 계신 분께 이 책이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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