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의사들이 수십 편의 논문을 갖고 있습니다. 학회 발표 자료도 있고, 레지던트와 펠로우를 가르쳤던 강의안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책이 된 경우는 드뭅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논문과 강의안을 책으로 바꾸는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로서의 역량과 저자로서의 역량은 다른 종류의 일입니다. 그 간극을 이 글에서 정리합니다.
논문은 책이 아니다. 하지만 책의 재료가 된다
논문은 특정 주제에 대한 주장과 근거의 구조입니다. 독자는 동료 연구자이고, 문체는 건조하며, 분량은 제한적입니다. 반면 단행본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독자가 읽어야 하는 흐름을 갖습니다. 독자도 다릅니다. 같은 전공자일 수도 있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일 수도 있습니다.
논문을 그대로 엮으면 책이 되지 않습니다. 논문 여러 편을 챕터별로 재배치하고, 챕터 사이의 연결을 새로 써야 합니다. 방법론 섹션은 줄이고, 함의와 적용 부분은 늘려야 합니다. 이 재편집 작업이 책 만들기의 핵심입니다.
강의안은 구조가 이미 있다
강의안은 논문보다 책에 가깝습니다. 서론, 본론, 결론의 흐름이 있고,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 포함돼 있습니다. 의과대학 강의안이라면 임상적 적용까지 담겨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강의안을 단행본으로 바꿀 때 고쳐야 할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구어체를 문어체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강의에서는 자연스러운 표현이 글로 옮겨지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두 번째는 시각 자료의 재구성입니다. 슬라이드의 그림이나 표는 책의 지면에 맞게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영문 단행본으로 출판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가
한국어로 쓴 원고를 영문 단행본으로 만드는 작업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1단계. 원고 정리와 구조 설계
흩어진 논문과 강의안을 책의 틀 안에 배치합니다. 어떤 챕터가 먼저 오고, 어떤 내용이 뒤에 오는지 결정하는 단계입니다. 전체 목차가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2단계. 번역과 영문 편집
단순한 번역이 아닙니다. 의학 분야의 영문 표현 관행, 영어권 독자가 기대하는 문체, 챕터 간의 연결 문장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의학 전문 번역가와 네이티브 에디터가 함께 작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3단계. 출판 플랫폼 설정과 등록
아마존 KDP(Kindle Direct Publishing)는 현재 전 세계에서 접근성이 가장 높은 영문 단행본 출판 플랫폼입니다. 표지 디자인, 내지 포맷팅, ISBN 등록, 카테고리 설정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전자책(eBook)과 종이책(Paperback)을 동시에 출판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의사의 원고가 단행본에 적합한가
모든 논문이 책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첫째, 축적된 분량이 있어야 합니다. 짧은 논문 한 편으로는 단행본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같은 주제를 다룬 여러 편의 원고, 또는 하나의 강의 시리즈 분량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독자가 존재해야 합니다. 영문으로 출판했을 때 누가 읽을 것인지에 대한 상이 있어야 합니다. 같은 전공의 해외 의사일 수도 있고, 특정 질환을 가진 환자와 그 가족일 수도 있으며, 보건 정책 관계자일 수도 있습니다.
셋째, 저자가 직접 개입할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출판대행사가 작업을 맡더라도 챕터 구성의 방향, 특정 표현의 정확성 확인, 교정 단계의 승인 등 저자가 판단해야 할 부분은 남습니다. 완전히 손을 떼는 구조로는 품질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출판 후에 무슨 일이 생기는가
아마존에 책이 등록되면 전 세계 독자가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다만 책이 저절로 팔리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의 소속 기관 소개, 학회 발표 자리, 온라인 프로필에 책을 명시하는 것이 노출을 높이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출판된 단행본을 해외 학회 참가나 협력 연구 요청의 계기로 활용하는 저자도 있습니다. 이것은 책의 내용과 저자의 활동이 맞물릴 때 생기는 결과이지, 출판만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작점은 원고를 꺼내는 것이다
책을 내려는 의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원고를 찾는 것입니다. 이미 쓴 논문, 학회 발표 자료, 강의안 파일을 한자리에 모아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 다음에 목차 설계와 번역 방향을 논의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나 출판대행사와 상담할 때 원고를 먼저 보여줄 수 있다면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아직 원고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면, 어떤 주제로 어느 정도 분량의 자료가 있는지를 파악해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번역, 디자인, 아마존 등록까지 직접 진행하시기 어렵다면
출판대행을 고려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