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52
한국어 원고를 그대로 번역하면 되나요?
그대로 번역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번역하기 전에 한국어 원고를 해외 독자의 눈으로 먼저 고치는 것이 순서입니다.
한국에서 이미 낸 책이 있으면 그 원고를 그대로 영어로 옮겨 아마존에 올리는 분이 많습니다. 다 써 둔 원고이고 책으로까지 나왔으니 번역만 하면 될 것 같지만, 그 원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독자를 대상으로 쓴 글입니다. 책의 구성과 사례에도 한국의 문화와 제도, 생활환경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영어로 옮기면 해외 독자에게는 낯설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부법을 다룬 책에 내신과 수능에 맞춘 장이 있다면, 한국 독자에게는 가장 쓸모 있는 내용이었겠지만 미국의 학부모에게는 자기 아이와 상관없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번역만 잘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해외 독자에게 맞지 않는 내용은 고쳐 쓰거나 덜어 내고, 설명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에는 설명을 더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한국적인 내용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국의 문화나 생활을 소개하는 책이라면 그런 내용이 오히려 책의 가치가 됩니다. 중요한 것은 해외 독자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생각하면서 원고를 손보는 일입니다.
실용서라면 불필요하게 길어진 부분도 이때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어 책을 쓸 때 분량을 맞추느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꼭 필요하지 않은 설명을 길게 늘어놓았다면 과감하게 덜어 내십시오. 독자가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은 충분히 설명하되, 읽는 데 방해가 되는 부분은 줄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순서는 한국어 원고 완성, 해외 독자를 위한 수정, 영어 번역, 번역문 검토, 출판입니다. 수정을 번역보다 앞에 두면 나중에 고친 부분을 다시 번역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번역하는 사람도 정리된 원고를 받으니 작업이 수월해지고 번역의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