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1
해외에 책을 내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전통적인 해외 출판은 작가가 책을 직접 ‘내는’ 것이라기보다 책의 권리가 ‘팔려 가는’ 방식입니다. 해외 출판사가 내 책을 번역해서 낼 권리를 사 가야 하고, 그 거래는 주로 출판사와 에이전시가 맡습니다.
서점에 놓인 외국 소설의 한국어판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 작가가 한국에 와서 책을 낸 것이 아닙니다. 한국 출판사가 그 책을 번역해서 펴낼 권리, 곧 판권을 사 와서 만든 책입니다. 한국 책이 해외로 나갈 때도 방향만 반대일 뿐 같은 방식을 따릅니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그 나라 출판사가 내 책의 판권을 사야 그 나라 말로 된 책이 나옵니다. 여기서 판권을 판다는 것은 저작권 전체를 넘긴다는 뜻이 아니라, 계약에서 정한 범위 안에서 책을 번역하고 출판할 권리를 허락한다는 뜻입니다.
판권을 파는 일은 대개 한국에서 그 책을 낸 출판사나 저작권 에이전시가 합니다. 에이전시는 작가와 출판사를 대신해서 해외 출판사에 책을 소개하고 계약을 주선하는 회사입니다. 이들이 국제 도서전 같은 자리에서 해외 출판사를 만나 책을 소개하고, 상대가 관심을 보이면 계약을 진행합니다. 계약이 되면 번역하고 책으로 만들어 파는 일은 해외 출판사가 맡습니다.
번역비와 출판비를 지원하는 공공 제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지원사업은 작가가 아니라 해외 출판사나 국내 출판사, 에이전시 등을 신청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해외출판사 번역출판 지원사업도 판권 계약을 맺은 해외 출판사가 신청해야 합니다.1 작가가 혼자 번역비나 출판비를 신청해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와는 다릅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방식의 해외 출판에서 작가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내 책을 낸 출판사가 해외 판매에 나서 주거나 에이전시가 내 책을 맡아 주어야 하고, 그 뒤에는 해외 출판사가 선택해 주어야 합니다. 작가가 직접 해외 출판사에 원고를 소개할 수도 있지만, 보낸다고 채택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이 방법이 막혀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누구나 바로 시작해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는 뜻입니다.